다주택 '양도세 중과→보유세 인상'.. 순서가 바뀌었다면
부동산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 정책은 모두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다.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아 차익을 거둘 때 세금을 더 많이 부과하는 것이고, 보유세 인상은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의 세금을 올리는 쪽으로 방향이 맞춰져 있다.
두 정책이 나온 배경은 같다. 이런 논리에서 입안됐다.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은 투기에서 기인한다. 대표적인 투기 수단은 불필요한 집을 여럿 소유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집을 팔아야 집값이 안정되고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정상화된다. 그러려면 다주택 소유가 어렵도록, 실익이 별로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목적은 당연히 다주택자가 집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먼저 양도세 중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1가구 2주택 이상인 경우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하도록 했다. 시행 시점을 올 4월로 잡아 그 전에 집을 처분하도록 시간적 여유를 줬다.
그리고 4월이 되자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지난 9일 첫 회의를 가진 이 위원회는 보유세를 다룬다. 세제·재정 전문가, 시민단체와 학계, 기획재정부 관료 등 모두 30명으로 구성됐으며,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보유세 개편 방향을 설정하면 정부는 그것을 토대로 보유세 정책을 입안할 계획이다.
보유세제를 개편하면 어떤 형태로든 세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올 가을이면 윤곽이 나올 듯하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올리는 ‘핀셋 증세’를 할 수도 있고, 재산세까지 포함해 보유세제 전반을 개편할 수도 있다. ‘똘똘한 1채’로 불리는 고가 1주택자를 겨냥한 보유세제 신설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 “팔아라” 경고… 안 판 이들에게 ‘채찍’
정책의 배경과 시행 과정을 보면 양도세 중과는 ‘경고’, 보유세 인상은 ‘채찍’으로 해석된다. 양도세 중과는 정부가 다주택들에게 집을 여러 채 소유하는 실익을 없애겠다고 경고한 것이었다. 경고의 효과가 나타나도록 시간적 말미를 주며 이 정책을 발표했다. 4월 시행을 앞두고 주택시장에서 매매 거래가 늘어난 것은 일부 다주택자들이 정부의 경고에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다주택자가 일찌감치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다. 양도세 중과의 위험보다 다주택 소유를 통해 얻게 될 수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이들이다. 과거 부동산 정책이 변화해온 양상을 보면 이 정책도 언젠가 바뀔 수 있다는 인식 역시 작용했다. 다주택자의 버티기가 가능한 것은 양도세는 집을 팔아야 부과되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안 팔고 갖고 있으면 이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이에 정부는 보유세 인상 카드를 다듬기 시작했다. 집을 소유하는 행위 자체에 부과되는 세금을 높여 다주택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힘겹도록 만들려 한다. 양도세는 집을 팔 때 한 번 내지만 보유세는 매년 부과된다. 집을 소유하는 ‘비용’인 셈이다. 한 번 들어가는 양도 비용은 집값이 충분히 오르면 상쇄할 수 있지만, 매년 부담해야 하는 보유 비용은 집을 팔기 전까지 계속 누적된다. 집을 안 팔고 버티는 이들에게 ‘채찍’을 드는 셈이다.
◆ ‘보유세 인상→양도세 중과’ 순서였다면
‘양도세 중과→보유세 인상’의 정책 순서는 결과적으로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막는 상황이 됐다. 양도세 중과가 이미 시행된 터에 보유세를 인상하면 다주택자들의 선택지는 별로 남지 않는다. 양도소득의 절반 이상을 포기하고 집을 처분하거나 큰 부담을 감수해가며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조세저항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도세를 올린 상태에서 보유세도 높이면 퇴로가 사라진다. 양도세 중과는 거래절벽을 부를 정도로 매도 심리를 위축시켰다. 보유세를 올려서 부동산을 들고 있기가 무겁게 만들겠다면 팔 수는 있게 해줘야 할 텐데, 지금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양도세와 보유세 정책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유세제를 먼저 개편해 다주택 소유의 현실적 비용을 높인 다음 양도세 중과의 경고 카드를 꺼냈다면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효과가 한층 더 컸으리란 것이다.
올 들어 4월까지 시장에 나온 매물은 집값 안정을 담보할 만큼 충분하지 못했다. 꺾였다고는 하지만 서울의 경우 지난해 급상승한 가격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다. 더 오르리란 이들은 그 원인을 공급 부족에서 찾고, 양도세 중과로 매물이 잠긴 터라 공급이 더 부족해진다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양도세 중과’의 순서를 택했다면 매도 심리가 집값 상승 기대심리를 넘어서서 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됐을 거라고 말한다.
출처: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2018041210565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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